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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평생교육 단과대학 철회로 드러난 대학의 민낯

칼럼필자 양승실 (고등평생교육연구실) 사진
  • 칼럼필자 : 양승실 (고등평생교육연구실)
  • 작성일자 : 2016.08.15
  • 전자우편 : ssyang@kedi.re.kr
  • 첨부파일 : 파일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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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기술변화의 주기가 가파르게 짧아지는 정보·지능사회에서 배움에는 때가 있다는 옛말은 폐기하고 출산에는 때가 있다는 섭리에 주목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공공정책을 구안할 때 고려해야 하는 공통변인이 바로 ‘저출산 고령화’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도 한편으로는 고령화사회 도래에 따라 인생 2~3모작을 탐색하는 이들을 위한 평생학습의 기회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고자 구안한 정책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학령기 교육수요자가 급감하는 현실에서 종래 대다수 대학의 한 모퉁이에서 핵심적인 인적 물적 자원을 거의 투입하지 않고 부가적으로 운영해오던 평생교육을 대학의 중심으로 재편하고자하는 정책이다. 한마디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학습해야 하는 사회에서 평생학습의 주류화를 선포한 것이다.

 

그런데 정책이해당사자간 갈등이 불거지고 관점에 따라 흑백논리가 형성되며 급기야 무력행사까지 불러오게 되었다. 정책의 취지에 초점을 맞춰보면 대학교육 패러다임 전환 내지 새로운 교육생태계 구축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지만, 정책집행과정의 부작용과 그간의 여타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대한 반감에 주목하면 우회편법 진학과 돈벌이가 된 대학교육(academic capitalism)을 부추기는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변화의 싹은 마인드와 제도가 만나는 접점에서 트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긴급한 과제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정책의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책의 단기 붐 효과를 위해 부작용을 감수한 채 끼워 넣은 조항이나 조건은 학생,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가 이를 용인할 태세가 되어 있을 때에만 정책설계에 포함되어야한다. 예를 들어 지원 자격이 산업체 3년 이상이면 고졸 후 바로 취업하고 평단에 입학한다면 요즘처럼 재수 삼수가 흔한 상황에서 일반 학령기 입학생과 연령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봐야한다. 하나님 추천서라도 필요하면 받아올 정도로 학교열이 고조된 우리 사회에서 산업체 3년 허위경력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고, 제2~3인생 설계를 위한 이들에게 정규 평생학습의 기회를 준다는 당초의 정책취지와도 어긋나는 조항이다.

 

다음으로는 핵심가치 공유를 위해 전략적 의사소통, 모니터링, 시나리오 기법 등 선진적 행정기법을 활용해야 한다. 이대만의 문제는 아니겠으나 작금의 이대 사태를 보면 해묵은 순혈주의와 불통 운영으로 인한 축적된 불만과 불신을 해소하지 않고는 어떤 정책도 폭탄을 안고 가는 격으로 안착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대목에서 새겨야 할 것이 정교한 정책설계 섬세한 정책집행이다.

 

넓게 보고 길게 보면 평생학습 단과대학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대학입장에서는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지역사회나 산업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외연을 확장하는 손해 볼 것 없는 사업이다. 그런데 전 지구적 산업환경 변화에 대응하면서 협업, 상생, 지속가능성 등을 모토로 하는 미래교육생태계 구축을 생각하면 다양한 고등교육기관 간 역할과 기능 분담도 염두에 두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선취업 후진학 관련 여타 제도와의 연계 등도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각 대학의 교육용량도 점검하여 한 학교에 너무 여러 정책 사업이 쏠리는 것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학생은 교직원의 관심과 부모와 사회의 믿음만큼 자라는 유기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열린교육체제 구축을 지향하며, 수요자 중심의 교육개혁을 외친지 스무 해가 넘었는데도 교육현장에서 직접 학생을 지도하는 교원 중 몇 프로가 아직도 ‘학생은 3~6년 있다 졸업하니 학교의 주인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을까? 우리 교육공동체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인식이다.

 

 

양승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