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장 교육이야기
[토론회&간담회/05월28일] KEDI 원장·연구진 `2014 교육기관 방문 및 현장 간담회` - 대구 신암중학교
- 출처 : 행복한교육 2014년 7월호바로가기
- 등록일 : 2014.07.07
- 게시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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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 흥미 교과수업으로 유도가 과제
교사의 업무부담 가중되지 않도록 지원을
글│한주희 본지 기자

지난 5월 28일 대구 신암중 ‘전문직업인의 만남’의 날. 각 교실에는 꿈을 찾아 온 아이들로 분주하다. 판사, 경찰, 승무원, 소방관, PD, 네일아티스트, 정육사 등 15명의 직업인은 각각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맞았다.
배우가 꿈인 아이들은 문화예술전용극장CT 연극배우 이광희 씨를 만났다. “연극영화과에 꼭 진학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는 그에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 점심시간 직후지만 책상에 엎드려 있는 아이는 없다. 수학교과교실에는 아나운서가 꿈인 학생들이 모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꿨다.”는 TBC 대구방송 최진주 메인앵커의 생생한 경험담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조명숙 진로진학상담부장은 “올해 초 자유학기 도입 후 진로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며 “평소 아이들이 궁금해 하던 직업인을 초청해 아이들의 호응이 높다.”고 귀띔한다.

예술·체육활동 중점 자유학기 운영
대구 신암중은 올해부터 2학년 1학기를 자유학기로 운영 중이다. 한 학기 동안 시험에 대한 부담 없이 다양한 체험활동을 운영하는 자유학기제를 도입한 이후, 학교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는 평가다. 조명숙 진로진학상담부장은 “학생들 표정이 밝아졌다. 오후에는 다양한 체험활동이 이뤄지는 데 학생들이 엎드려 잘 틈이 없다.”고 말한다.
교과 수업은 학생들의 참여와 활동이 중심이 됐다. 모둠활동과 토론·탐구학습이 활발해지고 블록타임으로 교과 간 융합·연계 시도도 두드러졌다. 영어 시간에 ‘DIY패션’을 만들어 영어로 표현해 보고 음악 시간에는 팬플루트를 만들어 음계를 연주하는 등 수업마다 변화를 꾀하는 분위기다. “수업이 재미있고 즐겁다.”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눈빛부터 달려져 있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오후에는 흥미와 적성을 반영한 예체능 활동이 주를 이룬다. 아이들은 텃밭을 가꾸거나 금호강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자전거하이킹을 떠나고, 요리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인라인 롤러를 배우고 파워댄스를 추는가 하면 K-pop과 국악을 함께 배우는 시간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는 예·체능 관련 체험학습장 29개, 경북대·YMCA 등 11개 기관과 MOU를 채결하면서 코티칭(co-teaching) 등 협력수업도 이끌었다. 곽종한 교무부장은 “오후에는 음악, 예술, 스포츠 등 예체능 활동과 진로프로그램 등이 다채롭게 진행된다.”며 “맞벌이 가정이 많고 저소득층 학생이 비교적 많은 학교의 특성상 다양한 예술·체육활동에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설명한다.

“교사도 행복한 자유학기가 돼야”
자유학기제는 2016년이면 전국 모든 중학교에 도입된다. 올해 첫 자유학기를 경험한 신암중 교사들은 자유학기가 학교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 건 사실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토로하고 있다. 취재 당일 학교를 방문한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장, 권충현 대구 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 및 정부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교사들은 그간 운영과정에 겪었던 문제를 지적했다.
신유임 교육연구부장은 “교직경력이 24년차이지만 수업에 대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고민하긴 처음이다. 아이들이 즐거울 때는 교사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며 “요리반을 담당하면서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모습을 봤지만, 이러한 열의가 교과 수업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자유학기 동안 내신을 산출할 성적이 없기 때문에 다음 학기 성적이 특목고 등 고입에 가중 반영된다. 고입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자유학기에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백순근 원장은 “고입 내신 성적 반영에 대해 학생, 학부모들이 잘 모른다. 필요한 정보는 정확히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학교에 당부했다.
자유학기를 담당하는 김상희 교사는 “자유학기는 학교가 정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교육과정 재구성부터 시작해 모든 과정이 학교의 몫”이라며 “다양한 선택 프로그램을 개설했지만, 담당 교사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해결 과제”라고 덧붙였다. 신혜정 교사는 올해 초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발령받아 자유학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오후 예체능 활동이 끝난 후 아이들이 다시 방과후 수업을 들어야 한다. 자유학기 동안이라도 방과후 수업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곽종한 교무부장은 인적·물적 인프라가 충분해야 자유학기가 성공할 수 있다며 “학교마다 여유 교사가 있어야 하고, 체육관·유휴교실이 필요하다. 특히, 교사가 근무지를 이동하는 공립학교는 학기 초에 인사가 이뤄지고 나면 학교마다 자유학기 모형이 다르기 때문에 시행이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지역사회의 재능기부에 자유학기의 성패가 달려 있다. 재능기부단을 관리할 수 있는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암중 교사들은 “공부는 못해도 다른 장점을 가진 학생들의 잠재력과 재능을 이끌어 내는 데 자유학기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교사의 업무가 가중되는 데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대영 교사는 “자유학기로 아이들이 행복해 한다. 하지만 교사들도 행복하고 수업이 즐거워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