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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06월10일] 새 교육감에게 바란다!

  • 출처 : 교육정책포럼 제252호바로가기
  • 등록일 : 2014.06.11
  • 게시자 : 관리자
  • 원본 URL : https://www.kedi.re.kr/khome/main/journal/listEDJournalForm.do 교육정책포럼 제252호바로가기

새 교육감에게 바란다!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지방자치 단체장·의원과 함께 전국 17개 시·도의 교육감을 뽑는 6.4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여느 선거보다 조용히 치러졌지만, 주민들의 민의가 모아져 시·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지역교육계를 대표할 새 교육감들이 선출되었다. 새롭게 선출된 교육감님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축하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혹자는 교육감을 ‘교육 소통령(小統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각 시·도의 교육감이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할 업무와 권한의 범위가 그만큼 크고 막중하기 때문이다. ‘지방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감은 교육예산의 편성과 집행, 학교의 설립과 운영, 교직원 인사 등에 있어서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특히 교육감들이 다루는 1년 예산이 무려 52조 원에 이르며, 600여만 명에 달하는 초·중·고 학생들의 교육과 성장을 이끄는 주요 교육정책과 제도는 물론 세부 방안까지도 교육감들의 손에서 결정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에 치러진 교육감선거는 향후 4년간 우리 교육에 다가올 커다란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우리 교육의 변화·발전에 중요한 열쇠를 쥐게 될 새 교육감들에게 교육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바라는 바를 간단히 제시해 보고자 한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글로벌 창의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

 바야흐로 고도의 지식·정보화 시대, 국경 없는 세계화 시대,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나라 학생 개개인이 모두 자신의 꿈과 끼를 살리고 키워서 ‘배려와 나눔의 정신을 지닌 품격 있고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로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학생들을 시대가 요구하는 글로벌 창의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교육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에 우리의 교육을 지배하고 있는 관점은 ‘심리학적 관점에 따른 개인 위주의 교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관점은 21세기 창조경제 시대에는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새로운 시대에는 ‘생태학적 관점에 따른 공동체 위주의 교육’이 요구된다.

 참고로, 개천에서 용이 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개천에서 한 마리의 용이 나와서 그 용만 승천하고 나머지는 여전히 지저분한 개천에 남아 있는 것을 상상하기보다, 개천의 생태를 잘 가꾸고 다듬어서 개천 자체를 모든 구성원들이 살만한 곳, 용들이 모여서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새 교육감들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모든 학생들을 글로벌 창의 인재로 육성함과 동시에, 전국의 각 마을을 ‘용이 나는 마을’로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모든 마을을 ‘용이 살만한 마을’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교육정책과 제도의 변경은 신중해야 한다.

 작금의 교육현실 속에서도 과연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의심이 될 정도로 교육정책과 제도가 자주 바뀌고 있다. 우선 중앙정부가 5년 단임의 대통령제 아래에서 집권기간 내에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 위해 애쓰다 보니 기존 교육정책과 제도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내리기도 전에 대선 공약 실천을 위해 새로운 또는 바뀐 교육정책과 제도를 수시로 내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다 4년 단위의 지방선거에 의해 시·도교육감이 선출되다 보니 지역차원의 교육정책과 제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교육정책과 제도가 어떤 이유에서든 자주 바꾸거나 유예기간 없이 변경된다면, 아무리 좋은 취지의 교육정책이나 제도라고 해도 시행상의 준비 부족이나 혼란의 부작용과 예측하지 못한 피해가 학생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제 새롭게 당선된 교육감들도 자신들의 신념과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기울여 갈 것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의 교육정책과 제도를 변경하게 될 것이다. 이때 교육정책과 제도의 변화에 의해 얻게 될 긍정적 측면과 함께 그 교육제도와 정책을 믿고 따라온 학생·학부모 그리고 교원들이 입게 될 부정적인 측면과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기존의 교육정책과 제도를 원천적으로 개선이나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짜’ 교육복지 공약에 대한 용기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

 4년 전 치러졌던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최대의 화두는 ‘보편적 복지’론을 앞세운 ‘전면 무상급식’이었다. 이것은 교육감선거뿐만 아니라 시·도지사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선거에서 ‘공짜’보다 더 흡입력 있는 공약은 없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도 있듯이 공짜를 싫어할 사람은 없다. 물론 공짜로 주기 위한 재원 확보와 관련해서는 또 다른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알지만, 많은 경우 일단은 ‘공짜’로 받는다는 그 자체의 즐거움이 크기 때문에 선거에서 공짜 공약은 대체적으로 효과가 크다.

 그러나 전면 무상급식이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지금, 일부 학교와 교육청들은 새로운 고민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무상급식을 포함한 ‘공짜 정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부문의 교육예산을 줄이고 없애는 과정에서 학교현장에서 정말 필요한 예산과 사업이 무력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공짜 정책’이 교육예산에서의 블랙홀이 되어 우리 교육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과도한 공짜 정책으로 인해 우리 교육이 어려움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교육감선거에서도 ‘공짜’ 공약의 위세는 사그라지지 않았었다. 무상급식의 범위를 고교까지 또는 아침식사까지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유아 무상교육’, ‘교과서 구입비 무상’, ‘고교 수업료 면제’, ‘무상 통학버스’, ‘무상 방과후 학교’, ‘무상 교복·체육복’ 그리고 ‘무상 수학여행’까지 그 내용도 다양했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그리고 공약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지역의 제반 여건상 지키기 어려운 공약이 있거나 지키지 않는 것이 장차 지역 교육을 위해 더 나은 경우가 있다면, 주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과감하게 수정하거나 폐기하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일 수 있다. 교육감 후보자가 아닌 진정한 교육감으로 서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특정 교육정책에 대한 쏠림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

 이번 교육감선거에 있어서 또 하나의 화두는 세월호 참사가 가져다준 ‘안전문제’였다. 전국 1만 2천여 초·중·고등학교 중 123동의 건물이 지진 등에 취약한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될 정도로 학생 안전에 대해 그간 소홀히 여겨졌었던 점을 고려할 때, 늦은 감이 적지 않지만, 학생 안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매우 반갑고 다행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 있어서 새 교육감들이 경계해야 할 점이 있다. 지난 2010년 선거에서 그리고 그 이후 4년 동안 무상급식이 주요 교육 정책과 예산에 우선하였듯이, 교육정책과 교육예산이 ‘안전’ 하나에만 쏠리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안전’은 ‘무상급식’과 달리 보다 많은 관심과 예산이 투입되면 투입될수록 좋은 것이라고 할지 모른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인적·물적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교육감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은 매우 많다. 학교 안전, 학생 안전을 위해 많은 정책적 노력과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안전만큼 중요한 것들도 많이 있다. 특히, 학교에서 교수-학습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그 속에서 학생들이 바른 인성과 함께 실력을 키워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적·물적 자원이 필요하다. 요컨대,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경우에 따라서는 여론이나 자신의 이념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앞서 새 교육감들에게 특정 정책에 대해 쏠리지 않고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정책을 추진해줄 것을 부탁하였다. 이것의 실천을 위해 필요한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다수의 여론이나 자신의 이념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과학적 지식’이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결정되지 않듯이, 소수의 의견을 청취하고 최대한 존중하는 소통과 배려가 필요하다.

 교육감이라는 자리가 지역주민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자리인 만큼 민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선거과정에서 힘을 보태준 이들의 주장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감은 기본적으로 해당 시·도의 교육계 수장으로서 가장 교육적인 것이 무엇인가, 학생의 교육을 위한 최선의 길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항상 답하며 교육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여야만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때로는 다수의 여론과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수의 여론이 항상 교육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교육감이 되기 이전에 자신이 견지해온 이념으로부터도 자유로울 필요도 있을 것이다. 교육현실은 이론과 다르며, 현실 속에서 최우선은 학생의 교육적 성장과 발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육감에게 주어지는 역할기대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해당 시·도에 있는 교육자들의 대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은 교육감 역시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임을 뜻하며, 그런 의미에서 교육감은 교육자로서 존경을 받아야 한다. 물론 새롭게 선출된 교육감들은 이미 해당 시·도에서 존경받는 교육자들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제 새롭게 교육감이 된 이상 더욱 올바르고 존경받는 교육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교육감의 언행 하나하나가 학생들에게, 학부모들에게, 그리고 주민 전체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감 스스로 기본과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더욱 엄격한 도덕적 잣대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지역 교육공동체 전체가 교육감을 믿고 따르게 될 것이다.


필자약력 
백순근 원장은 서울대 교육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버클리대(UC Berkeley)에서 교육학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미국 버클리대 특별연구원,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전문위원, 국무조정실 정책평가위원회 전문위원, 교과부 시·도교육청평가위원회 위원,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 서울대학교 입학본부장,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한국교육평가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운영위원 및 OECD CERI(교육연구혁신센터)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서울대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