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장 교육이야기
[토론회 & 간담회/02월 07일] KEDI 원장·연구진 ‘2014 교육기관 방문 및 현장 간담회’ - 인천 영종중학교
- 출처 : 교육개발 2014년 03월 통권 187호바로가기
- 등록일 : 2014.02.07
- 게시자 : 관리자
- 원본 URL : https://www.kedi.re.kr/khome/main/journal/listEDJournalForm.do 교육개발 2014년 03월 통권 187호바로가기
KEDI 원장 · 연구진 ‘2014 교육기관 방문 및 현장 간담회’
자유학기제와 미래학교 ‘이정표’ 세우다
- 인천 영종중학교
교육과정 재구성부터 수업, 평가까지 새로운 시도…행복교육 ‘답’ 찾아
“학교생활기록부에 어떻게 적어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기록에 남을 내용인데 좋지 않은 글귀가 들어가도 될지, 그래도 교과평가인데 솔직하게 써야 할지….”
KEDI 원장과 연구진이 인천영종중학교를 방문한 지난 2월 7일은 봄방학을 앞두고 교사들이 학교생활기록부 세부사항 입력이 한창 진행 중인 시기였던 만큼 간담회에 참석한 한 교사의 입을 통해 나온 이 말은 자유학기제 ‘평가’에 대한 모든 교사들의 궁금증을 담은 함축적 질문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한 학기 동안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수행평가, 형성평가, 포트폴리오 평가등 이미 다양한 평가가 끝난 상황에서 교사가 이런 의문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이날 자유학기제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 설명한 남일성 연구부장은 “기존 교육과정에서 1시간씩 시수를 감해 학생 선택형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면서 “교육과정 재구성과 융합수업을 통해 줄어든 시수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유형 중 ‘학생선택프로그램 중점모형’을 적용한 것이다.
전숙영(영어) 교사는 “수업시수가 줄어 핵심성취기준을 개발하고 이것을 토대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를 융합하는 시도를 하게 됐다”며 “시험·진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다양한 수업을 해보게 되고, 아이들 반응도 나타나 수업은 확실히 즐거웠다”고 말했다. 김동환 교장은 “입시나 시험에 묶여 그동안 수업개선은 늘 잘 안됐었는데 자유학기제로 현장 교사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라며 “평가 자율권이 주어졌을 때 상당수 교사들이 당황했지만 지금은 다른 학년 교사들이 오히려 1학년을 부러워하고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포트폴리오 평가 등으로 평가를 다양화하고 모둠별 수업이 크게 늘어난 만큼 조원들끼리의 평가, 다른 조 평가, 자기평가 등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학생과 학부모가 납득할 수 있게 된다. 학교 측에서 제시한 평가의 방향이나 유형을 보면, 핵심성취기준에 따른 평가기준 의 구체화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교사의 ‘고민’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필평가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수행과정의 평가와 정서적인 면을 어떻게 평가하여 생활기록부에 기록해 주어야 할지가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역시 문제는 평가인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학생의 ‘불만’ 역시 비슷했다. 이모 학생은 “자유학기제를 통해 막연하게 갖고 있던 꿈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게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단점으로 수행평가를 꼽았다. 이 학생은 “가장 싫었던 것은 수행평가와 모둠별 과제”라며 “프로젝트학습 평가에서 나만큼 열심히 하지 않은 나머지 학생들도 점수를 잘 받은 것 같아 조금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힌 ‘평가 내용’을 보고 학생과 학부모, 동료 교사들도 납득하지 못한다면, 즐겁고 활기차게 바뀐 수업이 문화로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남일성 연구부장은 “이번 학년도는 시행착오 없이 교육과정 재구성부터 평가까지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다”면서 “동아리와 방과후 활동을 통해 1학년뿐만 아니라 자유학기제를 타 학년과도 연계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동환 교장도 “교육과정 재구성부터 수업, 평가가 바뀌어야 하는 자유학기제의 근본 취지대로 운영하려면 교사가 힘들 수밖에 없지만 수업하는 즐거움을 맛 본 교사들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수행평가 보완을 위한 ‘루브릭’ 등을 개발, 현장을 지원해 줄 것을 연구기관과 교육부에 ‘돌직구’로 요구하고 싶다.
다양한 자유학기제 평가에 대한 학부모 연수와 교육도 마찬가지다. 자유학기 평가는 기본적으로 학생의 학업성취수준 판단(점수)이 아닌 학생의 학습발달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아직도 학부모들은 자유학기제는 ‘평가가 없는’ 학기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 몇 분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다. 자유학기는 평가가 없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간에 집중된 지필고사 형태의 중간?기말고사가 없는’ 학기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의 교수?학습 과정에 대한 점검과 학습목표 도달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평가를 실시해야 하며, 이 평가에는 학생의 자기평가 등 가정에서도 참여해야 함을 이해하고 참여하도록 ‘홍보’를 활성화해야 한다.
수업을 속박하던 ‘지필평가’의 폐지로 인해 ‘자유학기제’ 운영의 토대가 마련되었지만, 정의적 영역?핵심역량 영역의 평가 및 수행평가라는 ‘또 다른 평가’를 학생과 학부모가 수용하지 못하고, 교사가 그 벽을 뛰어 넘지 못하면, 자유학기제가 추구하는 다양한 수업은 더 이상 진일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루브릭= 학습자들의 수행을 측정하기 위하여 고안된 채점기준으로 교사가 학습자의 산출물의 질을 판단하기 위한 준거가 된다. 또한 학습자들의 학습 목표나 과제 기대 수준을 정확히 인식하도록 제시해주는 도구이다.
영종중학교는 학생선택 프로그램에 중점을 뒀다. 6주 과정의 한 시즌에 10개 프로그램을 편성해 세 시즌을 운영하고 있다. 염인식 교감은 “체험활동을 1회 추가했지만, 학부모에게 비용을 절반 부담하도록 해 예산도 절감하고 교사와 학부모 워크숍 등 교재연구 및 연수를 위해 썼다”고 설명했다.
“창의성·사회성·수월성·형평성·다양성 구현하는 미래학교 롤 모델 될게요”
아름다운 학교, 행복한 학교, 미래학교….
지난 한 해 동안 영종중학교가 거머쥔 우수학교 ‘타이틀’이다. 물론 이 외에도 우수학교를 선정해 포상하는 상들은 많다. 이렇게 많은 ‘상’이 있음을 잘 알고 있는 한국교육개발원이 SBS와 공동으로 ‘미래학교’라는 상을 하나 더 선정해 시상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종중 미래학교 현판식에서 만난 이창재 SBS 미래부 차장은 “대부분의 포상은 상을 주는 것에 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수학교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확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즉, 미래학교는 교육의 창의성, 사회성, 수월성, 형평성, 다양성 등 미래학교의 5가지 가치를 지향하는 학교를 발굴, 그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다른 학교들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3회 째 미래학교 선정 심사를 주관한 구자억 한국교육개발원 기관평가연구실장은 “미래학교의 진정한 교육적 가치가 살아나려면 교장뿐만 아니라 교사, 학부모, 학생, 지역사회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경영에 있어 교장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지만, 개방하고 참여·공유가 이뤄질 때, 투명성과 신뢰가 높아져 리더십도 강화된다는 것이다. 구 실장은 “다양한 교육과정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하는 수업”이라면서 “자유학기제는 물론 미래학교의 진정한 교육 가치는 소통하는 교육과정과 평가에 대한 신뢰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교장은 “미래학교는 지향 가치가 뚜렷해 응모하는 과정을 통해 종합적으로 반성할 기회를 갖게 해 줬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교육의 방향이 정확히 제시되면, 많은 선생님들이 내용과 성과 면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교직원은 물론 학부모들과 미래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방향으로 학교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은 “그동안 ‘미래’라는 미명 아래 미래를 멍들게 하는 행태를 많이 보아 왔기 때문에 더욱 값진 사업”이라며 “미래학교가 지향하는 조건들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들을 찾아 격려하고, 완전한 모델을 구축해 행복한 미래사회, 미래국가의 단초를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3년 미래학교’에는 인천 영종중 외에 경북 이산초, 충남 공주여고, 제주 중앙여고 등 총 4개교가 선정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은 SBS와 함께 향후 10년간 100개의 미래학교를 발굴, 한국교육의 질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