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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09월 17일] 체험중심 교수·학습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 출처 : 서울교육 가을호(Vol.212)바로가기
  • 등록일 : 2013.09.17
  • 게시자 : 관리자
  • 원본 URL : https://www.kedi.re.kr/khome/main/journal/listEDJournalForm.do 서울교육 가을호(Vol.212)바로가기

한국교육개발원 백순근 원장

체험중심 교수·학습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세계화와 고도의 지식정보화 시대인 21세기에는 배려와 나눔의 정신을 지닌 품격 있고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교육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 교육당국에서도 수업 운영을 토론과 실습 등 학생 참여·활동 위주로 개선하고,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중학교의 자유학기제를 포함하여 새로운 교육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한 교육을 위한 자유학기제의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는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 방식을 탈피한 체험중심 교수·학습활동의 시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의 수업 운영이 대체로 강의식이거나 지필 시험을 위한 문제풀이 위주로 진행되었다면, 앞으로의 수업은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해 나가자는 것이다.

체험중심 교수?학습의 중요함을 잘 나타내는 것으로, ‘말로 가르치면 잊힐 것이요, 보여주면 기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체험하게 하면 확실히 이해할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백두산 천지’에 대해 가르친다고 할 때, 그냥 말로 가르치는 것과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것, 그리고 직접 백두산 천지를 탐방하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중 어느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인가? 설명할 필요 없이 직접 체험의 방법과 다른 방법 사이의 교육력 차이는 너무나 명백하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7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전국의 자유학기제 연구학교중학생들 약 8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잘 나타났다. 예컨대, 약 65%의 학생들이 기본 교과 수업에서 체험중심 수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응답한 반면, 약10%의 학생들만이 강의식 수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응답하였다. 

한편, 중학생들은 일반적으로 통합적이고 실생활 위주의 선택 프로그램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중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해서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 중 1위는 약 36%의 학생들이 응답한 요리 실습이, 2위는 약 18%의 학생들이 응답한 바리스타가, 3위는 약 8%의 학생들이 응답한 패션 디자인이 차지하였다. 

여기서 핵심적인 문제는 체험중심의 교수·학습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여러 가지 여건 상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첫째,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전형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의 성과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현재처럼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 체험중심의 교수?학습활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고입과 대입 전형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의 성과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자유학기제 연구학교가 가장 우려하는 점이 다양한 체험활동이 오히려 고입 전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체험중심의 교수·학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내신 성적 산출 방식이나 고입과 대입 전형 방식의 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둘째, 체험중심의 교수·학습을 위한 교육 시설이나 설비를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체험중심의 교수·학습은 학교 안에서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요리실습실이나 과학실험실 등 다양한 체험학습실을 구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는 생태학습센터나 직업체험센터 등 다양한 체험학습센터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 내외의 체험활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철저한 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 부부가 낳은 아이지만, 그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체험중심의 살아 있는 교육을 위해서는 교육당국, 학교, 연구기관, 산업체, 지방자치단체 등이 모두 적극적으로 상호 협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 체험중심의 교수?학습이 가능한 학교나 지역부터 먼저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직접 보고 행하면서 배우는 체험중심의 교수·학습 활동은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적절하게 관리하기도 어렵다. 아울러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활동은 ‘실패’를 허용하기 어려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체험중심의 교수?학습을 교육 현장에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포함하여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교사가 있어야 하고, 기존의 교육과정을 수정하거나 보완해야 하며,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관련 시설이나 설비가 구비되어야하는 등 적절한 여건이 사전에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전국의 모든 교실, 학교, 지역에서 체험중심의 교수?학습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십만 명에 달하는 교사들에 대한 연수를 실시해야 하고, 각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의 교육 시설이나 설비들을 구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학부모나 지역주민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협조와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고 추진해 나가야할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학교나 지역에서 체험중심의 교수?학습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여건이 조성되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하는 것과 병행하여, 여건이 조성된 학교나 지역부터 먼저 시작하되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밝은 미래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다가오지 않는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무엇인가를 개선하고 개혁하기 위해서는 항상 추가적인 재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 분야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정치인, 공무원, 연구원,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 주민, 기업인 등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상호 존중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고통을 분담하며,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교육 분야에서도 희망의 새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