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단 바로가기
홈 KEDI 발간물 연구자료 KEDI 칼럼

KEDI 칼럼

‘학원교습시간 연장론’ 누구를 위한 것인가

칼럼필자 황준성 (교육정책네트워크연구센터) 사진
  • 칼럼필자 : 황준성 (교육정책네트워크연구센터)
  • 작성일자 : 2016.06.09
  • 전자우편 : seong09@kedi.re.kr
  • 첨부파일 : 파일없음

제목 없음

학원 심야교습시간 연장 주장이 다시 등장했다.

 

2008년 서울시 의회는 24시간 학원 교습을 허용하는 조례안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교육계를 포함한 많은 국민의 우려와 반대가 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학원들은 2008년과 2014년 교습시간 제한 조례의 위헌 및 무효화를 주장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2009년에 이어 지난 6일 ‘초·중·고등학생들의 학원 심야교습을 금지한 지방자치단체 조례는 합헌’이라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례가 있음에도 학원의 심야교습시간 연장 주장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같은 논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가. 지난 11월 보도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부터 24세까지 아동청소년의 하루 학습시간은 7시간50분으로 세계 1위이다. 2위인 스웨덴보다 2시간 이상 많다. 많은 가정에서는 자녀의 학원 교습으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식사하기도 어려운 현실에 익숙하다. 오죽했으면 유엔아동인권위원회가 한국의 과도한 경쟁적인 교육 시스템이 아동의 잠재성 발달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겠는가.

 

교육시민사회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제시한 바람직한 학원 교습시간 제한과 관련된 2015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7.9%가 밤 10시로 답했고, 9시가 20.4%, 9시 이전이 20.0%이었다. 절대 다수가 학원 교습시간 연장에 반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교육주체의 학원 교습시간 연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분명함에도 조례 개정을 주장하는 측은 일률적으로 교습시간을 제한하는 것, 특히 다른 시도와 달리 보다 엄격한 것은 고등학교 학생의 학습권 제한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2009년 헌법재판소가 교습시간 제한 조례가 합헌임을 밝힌 근거를 살펴보자. “학생들의 수면시간 및 휴식시간 보장, 학교교육 정상화,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 경감이라는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원칙적으로 학원에서의 교습은 보장하면서 특정한 목적을 위해 심야에 한해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도한 제한이 아니다” 등이다. 이러한 논거가 달라져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따라서 학원교습시간 제한을 풀려는 최근의 움직임은 다수의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일부 학생의 학습권과 형평성 보장은 구실에 불과하다. 그리고 학원 교습시간 연장 주장은 미래 교육에 대한 전망을 조금도 하지 못하고 우물 안에서 소모적 경쟁을 부추기는 형상이라는 점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주어진 교육 내용에 대한 반복학습, 선행학습으로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 발전 동력을 키울 수 없다. 학생의 자발적인 흥미에 기초한 다양한 시도, 시행착오 속에서 키워질 수 있는 창의성 교육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이참에 학원 교습시간 제한을 완전히 자유롭게 각 시도별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 학원법 제16조 제2항이 타당한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학생의 건강과 학교교육의 정상화 추구가 중요한 가치라면, 그 기준은 학생 발달단계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정하되 실질적인 제한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